2026년은 한국정보법학회가 설립된 지 3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입니다. 사람의 나이로 30은 이립(而立)이라고도 하고, 이는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정보법학회는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1996년 4월 20일 출발하면서,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한국 사회와 법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법조계·학계·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전문 학회를 지향하고자 하였습니다. 많은 학회원들의 노력으로 정보통신망이 걸음마를 떼던 시기부터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 플랫폼 경제의 성장기를 지나 오늘의 인공지능 전환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정보법학회는 언제나 기술혁신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법적 과제를 탐구하고 사회적 해법을 제시해 왔습니다.
30년의 시간은 단순한 연륜이 아닙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법의 본질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 자유, 공정, 책임의 원칙을 지켜 온 지적 축적의 역사입니다. 또한 법원, 학계, 법조 실무, 산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으며 우리 사회의 디지털 질서를 설계해 온 협력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산업과 경제의 구조를 바꾸고, 사법·의료·교육·행정 등 사회 전 영역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를 넘어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의 확산은 창작과 노동의 개념을 바꾸고 있으며,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 주체의 문제,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 등 수많은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한국정보법학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는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아니라 혁신과 신뢰가 조화를 이루는 법제도를 연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추상적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현장과 정책 수요에 응답하는 실천적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국제 규범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법정책 방향을 선도해야 합니다.
오늘의 한국정보법학회는 유구한 전통 위에서 대한민국 대표 정보법 전문 학회로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거듭나고자 합니다. 지난 30년이 대한민국 정보법의 기초를 세운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인공지능 시대의 법질서를 설계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한국정보법학회가 그 중심에서 책임 있는 논의와 통찰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정보법학회는 30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학문적 깊이와 실무적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정기 세미나와 KAFIL 특별세미나 시리즈, 사례연구회 등 학술연구활동을 강화하고 「정보법학」 학회지를 통해 최고 수준의 정보법 논문이 더 많이 확산되어 정보법 분야 연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며, 법원·정부·국회·학계·산업계·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여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균형 잡힌 법적 해법을 모색하겠습니다. 특히 젊은 연구자와 실무가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학술공동체를 만들어, 다음 세대 정보법 연구의 기반도 튼튼히 다져 나가겠습니다.
한국정보법학회의 지난 30년은 회원 여러분의 헌신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도 학회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의 방향을 성찰하고 미래의 기준을 제시하는 지적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기술은 끊임없이 새로워지지만, 그 기술이 인간과 사회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법의 책무는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정보법학회는 앞으로도 인간 중심의 디지털 사회,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대, 공정하고 책임 있는 정보법 질서의 실현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정보법학회 회장 권창환, 최경진
